‘밈’이라는 말은 어디서 왔나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를 가리키려고 만든 말이 밈입니다. gene(유전자)과 발음을 맞추려고 그리스어 ‘모방된 것’을 뜻하는 mimema에서 mimeme를 줄인 형태라고 설명됩니다(위키백과 ‘밈’ 항목 기준). 흥미로운 점은 도킨스 자신도 2013년에는 인터넷 밈이 원래 개념과 다르다고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그가 말한 원래의 밈은 무작위 변이와 선택으로 바뀌는 것인데, 인터넷 밈은 사람이 일부러 창의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한편 ‘밈학(memetics)’ 자체는 검증 가능한 이론이냐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문화에는 DNA 같은 부호가 없고, 어떤 사상의 두 사례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지적(댄 스퍼버)이 대표적입니다.
퍼지는 방식으로 나눠 본 12개 밈
분류는 이 글의 정리이며 학계의 공식 분류가 아닙니다. 한 밈이 두 유형에 걸치기도 합니다.
| 유형 | 대표 밈 | 퍼지는 방식 |
|---|---|---|
| 낚시·장난 | 릭롤 | 다른 링크인 척 속여 같은 영상으로 연결 |
| 음악·춤 따라 하기 | 강남스타일, 베이비 샤크, 할렘 셰이크, 냔캣 | 중독성 있는 곡과 동작을 패러디·재현 |
| 챌린지·캠페인 | 아이스 버킷 챌린지, 플랭킹 | 행동을 하고 다음 사람을 지목하거나 사진을 공유 |
| 이미지 서식(템플릿) | 디스트랙티드 보이프렌드, 디스 이즈 파인, 워적 | 그림에 글자만 바꿔 다양한 상황에 대입 |
| 동물·캐릭터 | 도지, 키보드 캣 | 동물 영상·사진에 문구나 형식을 덧붙임 |
실제 사례 네 가지
사례 1. 속아 넘어가는 장난에서 20년 가까이 이어진 밈: 릭롤
릭롤은 2006년 4chan에서 유행한 ‘덕롤링’이라는 바꿔치기 장난에서 나왔다고 위키백과는 정리합니다. 2007년 5월 15일 한 이용자가 릭 애슬리의 1987년 곡 “Never Gonna Give You Up” 영상을 올리며 게임 『그랜드 테프트 오토 IV』 예고편 링크 자리에 걸어 놓은 것이 시작입니다. 2008년 추수감사절 메이시스 퍼레이드에는 애슬리 본인이 깜짝 등장해 립싱크를 했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이를 릭롤의 정점이라고 평했습니다. 애슬리는 2008년 3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관심을 기이하다고 하면서도 재미있게 받아들였고, 영상은 2021년 7월 유튜브 조회수 10억 회에 도달했습니다. 배울 점은 밈이 원본 창작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퍼지지만, 창작자가 그 흐름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곡의 생명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례 2. 놀이가 모금이 되었다가 비판도 받은 밈: 아이스 버킷 챌린지
이 챌린지에 앞서 1991년부터 2014년 초까지 북미 북부와 노르웨이 북부 등에서 돌던 ‘찬물 챌린지’가 선행 사례로 소개되지만, 그 기원은 분명하지 않다고 위키백과는 적습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2014년 6월 말(ALS협회 자료는 7월 중순으로 적어 날짜가 엇갈립니다) 골프 선수 크리스 케네디가 루게릭병(ALS) 환자 가족이 있는 사촌을 지목하며 처음 ALS와 연결되었고, ALS 진단을 받은 전직 마이너리그 야구 선수 피트 프레이츠가 보스턴 지역에서 확산시켰습니다. 미국 ALS협회는 2014년 7월 29일부터 8월 21일 사이에 약 4,180만 달러를 새 기부자 약 73만 9천 명에게서 받았고, 이는 2013년 1월까지 한 해 동안 받은 1,940만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2016년에는 챌린지 기부가 일부 기여하여 매사추세츠대 의대 연구진이 ALS와 관련된 세 번째 유전자 NEK1을 확인했다고 협회가 밝혔습니다. 동시에 비판도 있었습니다. 연구자 윌리엄 맥어스킬은 이 열풍이 다른 기부를 잠식하는 효과가 있고 기부금의 약 절반은 어차피 기부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어떤 이들은 물을 뒤집어쓰는 행위가 실제 기부를 대체한 ‘슬랙티비즘’이라고 지적했으며, 가뭄 중 물 낭비 논란도 있었습니다. 2015년 재도전에서는 2014년 기부자 중 14%만 다시 기부했다는 점에서 단기 유행의 한계도 보여 줍니다. 총모금액은 자료에 따라 숫자가 달라서 정확한 값은 원 보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사례 3. 스톡 사진 한 장이 템플릿이 되었다가 성차별 논란이 된 밈: 디스트랙티드 보이프렌드
이 사진은 스페인 사진작가 안토니오 기옘이 2015년 중반 카탈루냐 지로나에서 찍어 셔터스톡에 올린 스톡 사진입니다. 밈으로는 2017년 1월 튀르키예 록 음악 페이스북 그룹에서 처음 쓰였고, 2017년 8월 19일 트위터에서 크게 퍼졌습니다. 하지만 원본 사진이 성희롱적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왔고(글로벌 시티즌의 한 필자), 2018년 9월에는 스웨덴 광고 옴부즈맨이 이 밈을 쓴 인터넷 회사 광고가 성차별 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했습니다. 2019년에는 헝가리 정부의 가족 가치 캠페인이 같은 모델들의 사진을 써서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배울 점은 같은 이미지라도 개인 맥락에서는 웃음이지만 광고나 공공 메시지에서는 다른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례 4. 오래된 사진과 영상이 밈이 되는 방식: 도지와 키보드 캣
도지는 일본 시바견 ‘카보스’의 사진에서 나왔습니다. 주인 사토 아츠코가 2010년 블로그에 올린 사진에 이후 콩글리시 투의 영어 문구가 얹혔고, 2013년 하반기에 인기를 얻어 밈 데이터베이스 Know Your Meme이 그해의 최고 밈(top meme)으로 꼽았다고 합니다(인기의 정점은 2014년이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2013년 12월에는 이 밈에 기반한 최초의 암호화폐 도지코인이 출시되었습니다(이 글은 투자와 무관하며 가격 전망은 다루지 않습니다). 카보스는 2024년 5월 24일 18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키보드 캣은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의 찰리 슈미트가 1984년 VHS로 찍은 영상으로, 2007년 6월 유튜브에 올라왔고, 2009년 2월 한 채널이 사람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는 영상 끝에 이 영상을 붙여 ‘연주로 퇴장시키는’ 형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해 5월까지 비슷한 영상이 200개 이상 만들어졌습니다. 두 사례는 밈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사진·영상을 새 맥락에 재배치하며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밈을 보고 쓸 때 확인하기
- 출처 찾기: 밈이 이미 있던 사진·영상이라면 원 저작자와 이용 조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상업 용도로 쓸 때는 특히 확인하세요.
- 맥락 읽기: 같은 이미지가 특정 집단을 조롱하거나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경우가 있습니다(예: 워적의 NPC 변형은 2018년 10월 이후 정치적 조롱에 쓰인 사례가 위키백과에 서술됩니다).
- 기업·공공 메시지에서는 신중하기: 개인 SNS에서는 괜찮던 밈이 광고에서는 규정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유행 시점 확인: 이미 지나간 밈을 쓰면 오히려 어색해질 수 있으니 최근 쓰임을 먼저 봅니다.
흔한 오해와 정정
- 오해: 밈은 곧 웃긴 이미지다. 실제: 도킨스가 말한 밈은 노래, 관습, 건축 양식 같은 모든 모방되는 문화 단위를 포함합니다. 인터넷 밈은 그 일부입니다.
- 오해: 밈은 누가 일부러 기획해 퍼뜨린다. 실제: 릭롤처럼 장난에서 시작해 원본 창작자와 무관하게 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여러 사람의 우연한 연결로 ALS와 이어졌습니다.
- 오해: 베이비 샤크는 핑크퐁이 처음 만든 노래다. 실제: 위키백과는 원곡이 20세기에 캠프 노래로 불렸고(해당 날짜는 인용이 필요하다고 표시됨), 핑크퐁이 이를 새로 편곡한 영상이 2016년 6월 17일에 올라왔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어판 ‘아기 상어’는 2015년 11월 25일(출처에 따라 26일로 적힘)에 먼저 올라왔습니다.
- 오해: 밈이 되었다는 것은 창작자가 돈을 번다는 뜻이다. 실제: 밈화는 창작자 몫과 별개입니다. 강남스타일은 2012년 12월 21일 유튜브 최초 10억 조회수를 기록했고 패러디도 장려되었지만, 같은 시기 독일에서는 음악 저작권 단체 GEMA와의 분쟁으로 영상이 차단되기도 했습니다(2016년 10월 해제).
한계와 더 알아볼 점
밈의 유래는 대부분 인터넷 커뮤니티 기록과 사후 보도에 의존하기 때문에 ‘최초’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워적은 위키백과가 확인한 가장 이른 게시가 2009년 12월 16일(미국 사이트 Sad and Useless)이고, 폴란드 이미지보드 비찬(Vichan)에서 먼저 올라왔다는 서술이 있지만 정확한 날짜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카드의 ‘2010년대’를 ‘2009~2010년경’으로 고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 이 사전의 12개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일부일 뿐이며, 지역·언어마다 다른 대표 밈이 있습니다. 밈학의 학문적 지위와 인터넷 밈이 ‘도킨스의 밈’과 같은 것인가는 지금도 논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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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밈은 왜 이렇게 빨리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나요?
신선함과 공감이 생명이기 때문에 SNS 알고리즘과 대중의 관심이 빠르게 이동하며 유행 주기가 짧아집니다. 다만 릭롤이나 키보드 캣처럼 형식이 단순해 오래 재활용되는 밈도 있습니다.
밈을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하나요?
네, 많은 기업과 브랜드가 익숙한 밈을 광고나 SNS 콘텐츠에 활용합니다. 다만 원본 이미지의 권리 문제나 디스트랙티드 보이프렌드 사례처럼 규정 위반 판단을 받는 경우도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밈 이미지를 블로그나 영상에 써도 되나요?
밈 형식(템플릿)을 따라 하는 것과 원본 사진·영상을 그대로 쓰는 것은 다릅니다. 원본에 저작권이 있다면 상업적 이용은 허락이 필요할 수 있으니, 개별 저작물의 이용 조건을 확인하세요. 이 설명은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밈과 유행어, 챌린지는 어떻게 다른가요?
유행어는 말, 챌린지는 참여를 요청하는 행동에 초점이 있고, 밈은 이 둘을 포함해 복제·변형되는 모든 문화 단위를 가리키는 넓은 말입니다.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학자마다 쓰임이 다릅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 사전에서는 강남스타일(2012)과 핑크퐁의 베이비 샤크 영상(2016)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베이비 샤크는 원곡이 이미 있던 노래를 새로 편곡한 것이라는 점을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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