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시대(지질 연대표) 총정리

46억 년을 어떻게 잘라서 부를까요? 지층과 화석이 시대를 가르는 방법, 그 경계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따라가 봅니다.

한눈에 보기

지질시대는 지구 역사를 암석과 화석에 남은 기록으로 나눈 '지구의 달력'입니다. 사람이 쓴 문헌이 없는 시간을 다루므로, 달력의 칸을 가르는 기준은 날짜가 아니라 지층 속의 변화(생물의 갑작스러운 교체, 대기와 기후의 변화)입니다. 이 글은 연대표의 구조와 연대를 알아내는 방법을 먼저 설명하고, 아래 네 구간 카드를 읽은 뒤, 시대의 경계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 세 가지와 2024년에 결론이 난 '인류세' 논쟁을 소개합니다.

46억 년을 어떻게 읽어 냈나: 연대 측정의 역사

지층이 아래에서 위로 쌓인다는 기본 원리는 17세기 니콜라우스 스테노가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누중의 법칙 등). 18세기 제임스 허턴은 오늘날 일어나는 느리고 균일한 과정으로 지구 표면의 변화를 설명하는 동일과정설을 제시했고, 이를 찰스 라이엘이 『지질학 원리』로 널리 퍼뜨렸습니다. 윌리엄 스미스는 지층마다 담긴 화석이 다르다는 것(동물군 천이)을 이용해 지층을 서로 연결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층이 먼저인가'를 알려 주는 상대 연대입니다. 절대 연대는 방사성 원소의 붕괴를 이용하면서 가능해졌는데, 아서 홈스가 1911년에 이 방법을 시도했고 당시 값에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1956년 클레어 패터슨이 캐니언 디아블로를 비롯한 운석의 납 동위원소를 분석해 지구 나이를 45억 5천만 년(오차 7천만 년)으로 제시했고, 현재 받아들여지는 값은 약 45억 4천만 년(오차 5천만 년)입니다.

연대표의 구조: 누대, 대, 기, 세

국제층서위원회(ICS)가 관리하는 국제연대층서표는 시간을 큰 단위부터 누대(Eon), 대(Era), 기(Period), 세(Epoch), 절(Age)로 나눕니다. 현재 우리는 현생누대 신생대 제4기 홀로세(약 1만 1,700년 전부터)에 살고 있습니다. 경계는 가능하면 전 세계가 합의한 한 지점의 지층, 이른바 '황금 못(golden spike)' (공식 용어로 GSSP)으로 정의되며, 2025년 기준으로 GSSP가 필요한 101개 절 가운데 81개가 비준되었다고 정리됩니다. 지층 기록이 충분히 보존된 곳이 없으면 이런 지점을 정하기 어려워서, 오래된 시대일수록 연대로만 경계를 정의하는 방식이 쓰입니다. 아래 카드는 가장 큰 구분인 선캄브리아 시대와 현생누대의 세 대를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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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캄브리아 시대 (Precambrian)

지구 탄생(약 46억 년 전) ~ 약 5억 4천만 년 전

지구 역사의 약 88%를 차지하는 가장 긴 구간으로, 명왕누대·시생누대·원생누대로 나뉘며 단세포 생물과 초기 다세포 생물이 등장했습니다.

지구가 형성된 직후의 뜨거운 시기(명왕누대)를 지나, 최초의 단세포 생명체가 등장하고(시생누대), 이후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 늘어나며 대기에 산소가 축적되고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나타난 시기(원생누대)까지를 포함합니다. 화석 기록이 매우 드물어 오랫동안 연구가 어려웠던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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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대 (Paleozoic Era)

약 5억 4천만 년 전 ~ 약 2억 5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다양한 동물문이 폭발적으로 등장하고, 어류·양서류가 나타나며 생물이 바다에서 육상으로 진출한 시대입니다.

고생대는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 여섯 시기로 나뉩니다. 캄브리아기에는 짧은 시간 동안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동물문이 등장하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났고, 데본기에는 어류가 번성해 "어류의 시대"로도 불립니다. 이후 식물과 곤충, 양서류가 육상으로 진출했으며, 고생대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페름기 대멸종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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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대 (Mesozoic Era)

약 2억 5천만 년 전 ~ 약 6,600만 년 전

흔히 "공룡의 시대"로 불리며, 트라이아스기·쥐라기·백악기 세 시기 동안 공룡과 파충류가 육상과 하늘, 바다를 지배했습니다.

중생대에는 파충류가 크게 번성해 공룡을 비롯한 다양한 대형 파충류가 육상 생태계를 지배했고, 하늘에는 익룡이, 바다에는 어룡·수장룡 같은 해양 파충류가 살았습니다. 쥐라기 무렵에는 최초의 조류와 초기 포유류도 등장했습니다. 중생대는 거대한 소행성 충돌이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는 K-Pg 대멸종으로 끝나면서 공룡 대부분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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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대 (Cenozoic Era)

약 6,600만 년 전 ~ 현재

공룡이 사라진 자리를 포유류가 빠르게 채워나간 "포유류의 시대"로, 인류의 조상도 이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신생대는 팔레오기, 네오기, 제4기로 나뉘며(앞의 두 구간을 묶어 예전에는 "제3기"라 불렀습니다), 대형 파충류가 사라진 생태적 빈자리를 다양한 포유류가 채우며 번성했습니다. 기후는 점차 서늘해졌고, 신생대 후반에는 인류의 조상인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등장해 진화해왔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도 신생대에 속합니다.

시간의 길이를 비교하면

아래 표의 길이와 비율은 ICS가 제시하는 경계 연대(5억 3,880만 년 전, 2억 5,190만 년 전, 6,600만 년 전)와 지구 나이 약 45억 4천만 년으로 어림 계산한 값입니다.

구분시작(대략)길이(대략)지구 역사 중 비율(대략)이 구간을 닫은 사건
선캄브리아 시대45억 4천만 년 전약 40억 년약 88%다세포 동물의 폭발적 증가(캄브리아기)
고생대5억 3,880만 년 전약 2억 8,700만 년약 6.3%페름기 말 대멸종
중생대2억 5,190만 년 전약 1억 8,600만 년약 4.1%백악기 말 대멸종(K-Pg)
신생대6,600만 년 전현재까지약 1.5%(진행 중)

이 비율을 1년 달력에 옮기는 것은 흔한 비유입니다. 이 표의 수치로 계산하면 현생누대는 11월 중순(대략 11월 18일 무렵)에야 시작하고, 공룡 대부분이 사라진 시점은 12월 26일 무렵, 홀로세 전체는 마지막 약 80초가 됩니다. 계산은 단순 비례이며, 비유일 뿐 실제 사건의 날짜가 아닙니다.

실제 사례 세 가지: 경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사례 1. 대기에 산소가 쌓이기 시작하다: 대산화 사건 (선캄브리아의 사례)

약 24억 6천만~24억 3천만 년 전에 시작해 약 20억 6천만 년 전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산화 사건'은 지구 대기에 산소가 의미 있게 쌓이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원인은 광합성으로 산소를 내놓는 시아노박테리아로 추정되며, 산소가 늘기 전의 바다에는 녹아 있던 철이 산소를 만나 침전해 줄무늬 철광층(호상철광층)이 쌓였습니다. 증거는 산소가 있으면 사라지는 광물(쇄설성 황철석, 우라니나이트)이 약 24억 년 전보다 오래된 퇴적물에만 나타나는 것, 그리고 산소가 철을 녹슬게 한 붉은 사암이 이후 나타나는 것 등입니다. 산소가 늘기 시작한 시점은 2016~2022년 연구들 사이에서도 27억~23억 년 전으로 수억 년의 편차가 있습니다. 배울 점은 선캄브리아처럼 화석이 적은 시대도 암석의 화학적 흔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해석에는 여전히 논쟁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사례 2. 고생대의 끝: 페름기 말 대멸종 (가장 큰 위기의 사례)

약 2억 5,190만 년 전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의 경계에서 해양 생물종의 약 81%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된 해양 멸종 구간은 6만~10만 년 정도로 지질학적으로 매우 짧았습니다. 학계는 시베리아 트랩의 대규모 화산 분출을 주원인으로 보며, 분출이 내놓은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이 기온 상승, 바다의 산성화, 산소가 부족한 바다를 일으켰다는 설명이 널리 받아들여집니다. 대기 이산화탄소가 약 400ppm에서 2,500ppm까지 늘었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이 외에 석탄·석유층의 연소, 메탄 방출, 운석 충돌 가능성 등 보조 원인도 제시되지만 그 비중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배울 점은 지질시대 경계가 '서서히 바뀐 날'이 아니라 지구 환경이 크게 흔들린 사건과 맞물려 있다는 것입니다.

사례 3. 이리듐 한 겹이 연 논쟁: 백악기 말 대멸종 (가설이 검증된 사례)

1980년 루이스 알바레즈, 월터 알바레즈 등은 백악기와 팔레오기 경계 지층에서 이리듐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농축되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조사한 세 지점에서 대략 30배, 160배, 20배). 이리듐은 지각에는 드물고 운석에는 흔한 원소여서 소행성 충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었습니다. 1990년대 초에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지름 약 180킬로미터의 칙술루브 충돌구가 확인되어 가설을 뒷받침했습니다. 이후 인도 데칸 트랩의 화산 활동이 함께 작용했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으나, 2020년에는 기후 모형 분석이 소행성 충돌 쪽을 더 지지한다는 결론이 소개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해양 화석 기준 종의 약 75%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울 점은 하나의 얇은 지층 속 증거에서 시작한 가설이 수십 년에 걸쳐 다른 증거(충돌구, 기후 모형)로 검증되고 다듬어졌다는 점입니다. 공룡 멸종 논의는 공룡 멸종 이론 총정리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지질시대 만나기

흔한 오해와 정정

논쟁과 한계: 인류세는 지질시대인가

인류의 영향이 지층에 뚜렷이 남았다는 이유로 '인류세'를 새 지질시대로 정하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인류세 작업반은 2023년 7월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의 퇴적물을 기준 지점으로, 1950년경(수소폭탄 실험으로 퍼진 플루토늄이 층에 남은 시기)을 시작으로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3월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의 표결에서 12 대 4(기권 2)로 부결되었고, 이 결과가 최종 확정된 것으로 정리됩니다. 다만 이는 공식 연대표에 넣지 않는다는 결정일 뿐, 인류가 지구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인류세'라는 말은 비공식 용어로 계속 쓰입니다. 또 연대표는 연구가 쌓이면서 수치가 바뀌기도 하고, 오래된 경계일수록 불확실성이 큽니다. 이 글의 수치는 널리 인용되는 대략의 값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질시대의 정확한 연대는 앞으로도 바뀔 수 있나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지질시대의 경계 연대는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 등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계속 정밀하게 다듬어지고 있으며, 이 글에 정리한 연대는 널리 통용되는 대략적인 수치입니다.

지금은 어느 지질시대인가요?

현재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속합니다. 인류세를 별도의 시대로 구분하자는 제안은 2024년에 공식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선캄브리아 시대는 왜 이렇게 길고 화석이 적은가요?

선캄브리아 시대의 대부분 동안 생물이 단세포였고 뼈나 껍데기 같은 단단한 부분이 없어 화석으로 남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됩니다. 그래서 암석의 화학 성분 같은 간접 증거가 중요합니다.

'골든 스파이크'는 진짜 금으로 만든 못인가요?

대개 비유입니다. 경계를 정의하는 기준 지층 지점(GSSP)을 가리키는 별칭이고, 실제로 금이나 못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현장에는 기념 표지를 세우기도 합니다.

방사성 연대 측정이 그렇게 믿을 만한가요?

한 가지 방법만 쓰지 않고 여러 동위원소와 지층의 순서를 서로 대조해 검증합니다. 다만 시료가 오염되었거나 가정이 틀리면 값이 어긋날 수 있어서, 초기의 홈스 측정처럼 나중에 수정된 값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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